1984년 개봉한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The NeverEnding Story)》는 독일 감독 볼프강 페터젠이 연출한 판타지 걸작으로, 미하엘 엔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세계 속에서 한 소년이 잃어버린 용기와 순수함을 되찾아가는 이야기는 세대를 초월해 깊은 감동을 준다. 화려한 특수효과보다 상상력과 철학적 메시지로 승부한 이 영화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동심의 힘’을 상징하는 대표작으로 남아 있다.

독일식 감성으로 탄생한 판타지 세계
《네버엔딩 스토리》는 할리우드의 화려한 판타지와 달리, 유럽적 철학과 서정미가 깃든 작품이다. 감독 볼프강 페터젠은 현실의 세계와 환상의 세계를 오가는 구조 속에 인간의 상상력, 두려움, 그리고 희망을 담았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판타지엔(Fantasia)’은 단순한 상상의 공간이 아니라, 인간의 꿈과 믿음이 만들어낸 세계다. 이 세계는 인간이 상상력을 잃을수록 무너지고, 믿음을 되찾을수록 살아난다.
이야기의 주인공 바스티안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현실에 지친 소년이다. 그는 도서관에서 우연히 한 책 《네버엔딩 스토리》를 발견하고 몰래 읽기 시작한다. 책 속의 세계는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현실과 이어진 또 하나의 우주였다. 바스티안은 이야기 속 주인공 아트레유의 모험을 지켜보며 점점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결국 책의 독자에서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변화하게 된다. 이 구조는 인간의 상상력이 가진 힘을 상징한다. 즉, 이야기를 ‘읽는 자’는 결국 ‘이야기를 만드는 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상력으로 세워진 판타지엔의 상징성과 메시지
《네버엔딩 스토리》의 세계 판타지엔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닌, 인간 정신의 투영체다. 그곳을 위협하는 ‘공허(The Nothing)’는 인간이 상상력과 희망을 잃을 때 찾아오는 절망의 상징이다. 공허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어둠이다. 이 설정은 단순히 어린이 영화의 악역 개념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냉소와 무감각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상징적 존재다.
아트레유가 공허와 싸우며 잃어버린 순수함을 되찾는 여정은, 곧 인간이 자기 안의 믿음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그의 여정은 신화적이고 상징적인 구조를 띠는데, 이는 독일 문학이 가진 철학적 전통과 맞닿아 있다. 영화 속 ‘행운의 용 팔코르(Falkor)’는 믿음을 상징하는 존재로, 절망의 순간마다 주인공을 구한다. 그는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희망이 사라진 마음속에 언제나 머무는 순수함의 은유다.
이 영화는 어린이를 위한 판타지로 보이지만, 사실 어른을 위한 메시지가 더 크다. 어른이 되어가며 우리는 점점 ‘공허’를 내면에 품고 산다. 상상하지 않고, 느끼지 않고, 현실에만 갇히는 삶 속에서 인간은 점점 메말라간다. 영화는 그런 어른들에게 “당신의 판타지엔은 지금 살아 있습니까?”라고 묻는다. 이 질문은 단순한 감상적 표현이 아니라, 상상력의 회복이 곧 인간성의 회복임을 일깨우는 철학적 질문이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이 가진 구원의 힘
영화의 핵심은 결국 ‘순수함의 회복’이다. 바스티안은 처음에는 현실을 회피하기 위해 책을 읽었지만,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두려움을 마주하고 극복하는 법을 배운다. 그는 결국 이야기의 결말을 완성시키는 존재가 되고, 그 순간 판타지엔은 다시 살아난다. 이 장면은 인간이 자기 안의 순수한 감정을 믿을 때 세상 또한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순수함’은 단지 어린 시절의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과 자신을 진심으로 바라보는 태도이며, 삶을 다시 시작하게 하는 힘이다. 《네버엔딩 스토리》의 주제는 이 단어 하나로 요약된다. 순수함은 상상력의 원천이며, 상상력은 인간의 존재 이유다.
마지막 장면에서 바스티안이 현실로 돌아와 친구들을 향해 용기 있게 나아가는 모습은, 그가 더 이상 상상 속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 속에서도 자신의 믿음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음을 상징한다. 이 영화는 판타지의 세계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현실로 돌아와 삶의 희망을 되찾는 여정으로 끝난다.
《네버엔딩 스토리》는 단순한 어린이 영화가 아니라, 인간이 잃어버린 감성과 상상력의 힘을 되살리는 철학적 작품이다. 독일 특유의 감성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화려한 시각효과보다 내면의 상상과 믿음을 더 중요하게 다룬다. 그 속에서 어린 시절의 순수함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를 다시 살아 있게 하는 원동력임을 알려준다.
세월이 흘러도 아직까지 이 영화가 사랑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모든 인간들은 여전히 ‘자신들만의 판타지엔’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세계를 지켜주는 힘은 오직 한 가지, 순수함을 잃지 않는 마음이다.